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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훗날우리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后来的我们, Us and Them)」는 첫사랑의 순정과 현실의 벽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류여영(리네 류, Rene Liu) 감독의 섬세한 시선 아래, 주동우와 징보란이 연기한 인물들은 사랑이 성장으로 변하고, 기억이 삶의 자산이 되는 과정을 고요하게 보여줍니다. 본 글에서는 감독 소개, 줄거리와 등장인물, 결말과 여운을 차례로 깊이 있게 정리해 드립니다.

감독 소개: 류여영의 시선과 연출 키워드

류여영(刘若英, Rene Liu)은 대만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 그리고 영화감독으로,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스토리텔러입니다. 「먼 훗날 우리」는 그녀의 장편 연출 데뷔작으로 알려져 있으며, 음악과 영화 두 영역에서 쌓아 올린 섬세한 감수성이 화면 전체를 관통합니다. 류여영의 연출은 과장 대신 여백을 선택합니다. 인물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카메라는 울음을 확대하기보다 호흡을 따라가며, 관객이 스스로 감정을 채워 넣도록 침묵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시각적으로는 ‘시간의 결’을 드러내는 형식 실험이 돋보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색채로 구분하는 전략—대개 현재를 무채색 톤으로, 과거를 보다 따뜻한 색감으로—을 통해 ‘기억은 더 선명하고 현재는 더 건조하다’는 역설을 체감하게 하지요. 이 대비는 단지 미장센의 선택이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 주제, 즉 “우리는 나중에 무엇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시각 언어로 환기합니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공간’입니다. 북경의 비좁은 원룸, 설 연휴의 만원 기차, 눈발이 치는 거리 같은 장소는 인물의 관계 온도와 경제적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서사 장치로 기능합니다. 류여영은 사랑을 낭만으로만 비추지 않습니다. 취업, 주거, 이주, 계절 노동 같은 구조적 배경을 전면에 세우며, 사랑이 현실의 문턱을 넘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을 끝까지 응시합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영화가 차갑지 않은 이유는, 상처를 ‘누군가의 선택 탓’으로 몰지 않고, 서로가 최선을 다했기에 도착한 결과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이 균형감이 「먼 훗날 우리」를 ‘이별 영화’가 아닌 ‘성장의 회고’로 자리매김하게 합니다.

줄거리·등장인물: 북경의 청춘, 사랑의 거리

영화는 설 연휴 귀성길, 만원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청춘으로 시작합니다. 게임 디자이너를 꿈꾸는 린젠칭(林见清)과 배우를 꿈꾸는 팡 샤오샤오(方小晓). 둘은 북경 변두리의 작은 방에서 서로의 미래를 부지런히 응원하며 시작합니다. 젠칭은 작은 개발사에서 허드렛일을 전전하지만, 언젠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게임을 만들겠다는 꿈을 놓지 않습니다. 샤오샤오는 수없이 떨어지는 오디션 사이를 오가며 ‘부자가 되면’ 바뀔 것이라 믿는 내일을 손에 쥐려 애씁니다. 이들의 사랑은 소박한 축하와 작은 싸움들로 채워집니다. 첫 월급날의 값싼 케이크, 중고 TV를 들고 온 밤, 정전된 방에서 나눈 어설픈 다짐들. 그러나 현실은 늘 비용을 요구합니다. 전세금 인상, 직장 내 구조조정, 실패한 프로젝트, 오해와 자존심이 켜켜이 쌓이면서, “우리는 왜 시작했는지”보다 “우리는 어떻게 버티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인물 군상 역시 뚜렷합니다. 젠칭의 아버지는 말수가 적지만 아들의 꿈에 묵직한 신뢰를 보냅니다. 그의 존재는 ‘돌아갈 곳’이자 ‘넘어야 할 그늘’로 이중적입니다. 샤오샤오의 동료와 친구들은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한 여러 방식을 대변합니다. 어떤 이는 현실과 타협해 안정된 직장을 택하고, 또 어떤 이는 끝내 꿈을 좇다 도시의 변두리로 밀려나죠. 관계의 전환점은 눈이 오던 날 벌어진 격한 다툼입니다. “사랑이면 다 되냐”는 질문과 “사랑도 못 지키면 우린 뭘 지키나”라는 반문이 교차하고,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다른 방향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흐른 뒤, 성공과 실패를 각자의 방식으로 겪은 그들은 다시 마주합니다. 항공기 좌석, 혹은 설 연휴의 회귀선 같은 우연이 그들을 같은 공간으로 불러들이지만, 같은 공간이 곧 같은 시간은 아닙니다. 둘 사이엔 사랑의 기억보다 더 굵은 ‘각자의 삶’이 자리했고, 과거의 약속은 빛나지만 현재의 선택은 무겁습니다. 영화는 이 재회를 통해 ‘다시 시작’보다 ‘제대로 작별’의 의의를 묻습니다.

결말·여운 해석: 우리가 나중에 가진 것들

결말에서 두 사람은 끝내 함께하지 않습니다. 재회의 밤, 그들은 과거의 방을 ‘만약’으로 가득 채웁니다. “그때 우리가 집을 샀다면?”, “그때 내가 화내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법의 거울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지만, 영화는 그 거울을 현실로 바꾸지 않습니다. 현재를 나타내는 무채색의 톤, 고요한 컷 전환, 창 밖의 눈발은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다른 이름이 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별의 승패가 아니라, 각자가 그 사이에 무엇이 되었는가입니다. 젠칭은 집착을 놓고 책임을 배우며 어른이 됩니다. 샤오샤오는 ‘성공=행복’이라는 직선 공식을 의심하고, 사랑이란 타인의 꿈을 견딜 만큼 단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느 문장처럼 “우리는 나중에 무엇이든 가졌지만, 결국 우리만은 갖지 못했다”는 아이러니가 결말의 정수입니다. 그러나 여운은 냉혹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미련의 감정을 애써 봉합하지도, 재결합이라는 달콤한 환상으로 달래지도 않습니다. 대신 서로가 서로를 최선의 시절로 기억하도록 허락합니다. 과거는 끝났지만, 그 기억이 현재를 괴롭히는 가시가 아니라 앞으로의 관계를 더 잘 돌보게 하는 윤리가 되기를 권하죠. 관객의 자리에서 이 결말은 두 가지 제안을 남깁니다. 첫째, 사랑은 타이밍과 환경의 함수다—감정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장면이 분명 존재한다. 둘째, 이별은 실패가 아니다 한때의 진심이 서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면, 그것 또한 완성이다. 그래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도 마음 한편에서 ‘그때의 우리’가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그 미소는 돌아가자는 신호가 아니라, 잘 살아가자는 인사에 가깝습니다. 먼 훗날 우리」는 사랑의 시작보다 이별 이후의 삶을 더 오래 바라보는 영화입니다. 류여영 감독의 절제된 연출, 북경이라는 공간의 현실성, 그리고 주동우·징보란의 생생한 연기가 맞물려, ‘나중의 우리’가 품은 쓸쓸한 따뜻함을 선사합니다. 지금 당신의 기억 속 ‘그때의 우리’는 어떤 표정인가요? 이 글이 감상을 정리하는 발판이 되었다면, 한 번 더 영화를 보며 당신만의 결말과 여운을 기록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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